EQ의 역사는 단순한 장비 발전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소리’를 이해해 온 과정이며, 귀의 진화 기록이다.
- EQ의 시작은 음악이 아니라 통신이었다
EQ(Equalizer)의 기원은 음악이 아니라 전화 통신이다.
1920~30년대 장거리 전화에서는 음성이 흐려지고 특정 대역이 심하게 손실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파수별로 신호를 보강하거나 감쇄하는 필터 개념이 등장했다.
이때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사람의 목소리를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이 ‘주파수 선택 보정’ 기술이 오늘날 EQ의 출발점이다.
- 아날로그 EQ의 탄생 – 음악 산업으로 들어오다
1950년대 레코딩 기술이 발전하면서 EQ는 통신 장비에서 스튜디오 장비로 이동한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장비가 바로 Pultec EQP-1A다.
Pultec은 정확함보다 음악적인 울림을 추구했다.
패시브 구조, 부스트와 컷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자연스러운 색채감.
이때부터 EQ는 단순한 보정 도구가 아니라
소리를 ‘고치는 도구’가 아닌 ‘만드는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콘솔 EQ 시대 – 믹싱의 언어가 되다
1970~80년대 대형 콘솔 시대가 열리며
EQ는 모든 채널에 기본적으로 탑재된다.
3kHz가 날카롭다
200Hz가 뭉친다
저역이 탁하다
이런 표현들이 이 시기부터 정착된다.
EQ는 감으로 만지는 도구가 아니라
문제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는 도구가 된다.
- 디지털 EQ의 등장 – 정확성의 시대
1990년대 이후 DAW의 보급과 함께 디지털 EQ가 등장한다.
정확한 주파수 수치
시각적인 그래프
무한한 인스턴스
완벽한 리콜
EQ는 귀뿐 아니라 눈으로도 조작하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보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만지게 되는 문제도 함께 생긴다.
그래서 현대 믹싱에서는
다시 아날로그 EQ의 철학이 중요해진다.
- 현대 EQ의 방향 – 보정이 아닌 이해
오늘날 EQ는 깎는 도구도, 살리는 도구도 아니다.
사운드의 구조를 이해하는 도구다.
왜 이 소리는 여기서 답답한가
왜 이 악기는 이 대역에서 존재감을 갖는가
왜 EQ를 안 해도 좋은 소리가 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EQ는 기술이 아니라 감각의 연장선이 된다.
마무리
EQ의 역사는 결국 ‘귀의 역사’다.
EQ는 소리를 바꾸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라
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발전해 왔다.
그래서 진짜 실력 있는 엔지니어일수록
EQ를 많이 쓰지 않는다.
왜 써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을 뿐이다.